“하도 오래하니 우리집 부엌보다 더 잘 아네.”(하하하)

“아유, 진짜 우리집 반찬보다 더 맛있는걸요.”(하하하)

한 마디를 나눠도 마무리는 웃음이다. 매주 수요일이면 부산 와치종합사회복지관 식당 주방에 또 다른 활기가 돈다. 지역 내 독거어르신들을 위해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담은 ‘집반찬’을 선보이는 부산 청학본당(주임 윤승식 신부) 봉사자 5인방의 분주한 움직임 덕분이다.

신묘순(인덕마리아·82), 전군자(안젤라·80), 이화자(아녜스·77), 조정순(도미니카·75), 남상자(체칠리아·69)씨는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복지관이 있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빠른 속도로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모자를 쓰고 손소독을 하고…. 곧바로 찬거리를 다듬기 시작한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 밑반찬을 제공받는 이들이 대부분 어르신들이라는 점을 고려해 모든 음식은 부드럽게 조리하는데 더욱 신경을 쓴다. 조리를 시작한지 한 시간 남짓, 등에선 땀이 줄줄 흐르지만 모두들 신나게 봉사를 한다는 건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봉사에 나선 주인공들은 모두 70~80대 어르신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젠 각자의 집에서도 부엌일을 그만하고 누군가 해주는 반찬을 먹고 싶은 나이가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들은 혼자 사는 이웃들의 식사가 걱정돼 한 주도 쉬지 않고 ‘어르신 점심식사 준비 및 밑반찬 만들기’에 나선다. 복지관이 무료 급식과 무료 목욕탕 지원을 시작할 때부터 동참했으니 벌써 23년이다. 당시 지역 내 절과 개신교회 신도들도 함께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은 청학본당 신자들뿐이다. 수요일이 추석이나 설 명절이 되는 때를 제외하곤 단 한 주도 쉬지 않고 이어온 여정이다.

복지관 관계자들도 ‘청학본당’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엄지를 ‘척’하고 들어 보인다. 꾸준한 것은 물론 매순간 온 정성을 다해 봉사한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12월엔 지속적으로 봉사한 공로로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 표창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별 것 아닌데 민망하다’며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봉사를 왜 하느냐고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왜 하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힘들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위장병으로 누워 있던 이화자씨도 “수요일이란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면서 “함께 봉사하다 보니 아픈 것도 싹 잊었다”며 웃는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하느님을 내세우고, 내가 아니라 본당 공동체가 함께하니 가능한 일이죠.”

이들은 한 목소리로 함께 하니 즐겁게, 함께 하니 오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봉사를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접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내 모습도 깊이 성찰하게 되고 무엇보다 하느님께 더욱 감사드리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이들의 우애는 친자매 이상으로 깊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이들은 “봉사는 첫발을 내딛는 것이 힘들 뿐”이라며 “청학본당 신자들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가까운 이웃들을 위한 활동부터 시작한다면 우리 사회에 사랑의 물결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듬뿍듬뿍 채운 반찬통은 배달을 맡은 태종대본당 봉사자들 손에 넘겨줬다. 그러자 이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뒷설거지를 시작한다.

출처 : 가톨릭신문(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03329)